• 새로 경험한 양말, 츕
  • 츕. 발음도 좋은 CHUP. 이 양말이 입고되었을 때 우리 양말쟁이 직원들, 얼마나 호들갑을 떨었는지 모른다. 이렇게 튼튼한 양말 본 적 있어? 동화에 나올 것만 같은 빈티지한 자카드 양말. 눈이 펑펑 내리는 겨울에 오두막집에서 이 양말을 신고 난로 앞에 앉아있는 모습을 상상했다. 그런 서사가 마구 떠오르는 양말.
    종진 매니저님의 말을 따라 양말을 ‘경험’한다는 말을 자주 썼다. 츕이야 말로 내게 새로운 경험이었던 양말이다. 무얼 신어도 발끝이 시린 겨울에 이렇게까지 따뜻할 수 있다니. 10년 동안 츕을 향해 문을 두드렸다는 대표님이 단번에 이해가 가면서 이 멋진 양말을 알게 된 게 행운처럼 느껴졌다. 멋진 패턴이 너무 많지만 그중에서도 꼭 한 켤레만 고르라면, 와인과 아이보리가 섞인 클래식한 츕을 고르고 싶다. 카멜색 스웨이드 슬리퍼와도, 캐주얼한 회색 운동화와도 잘 어울릴 것 같은 겨울 양말!
  • EDIT BY 재인
  • CHUP CHP075 LOG HOME: Ivory 48,000원

  • 날씨가 계절을 속일지라도
  • 이 겨울에 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모기가 왱왱 운다. 전북대학교 교정에는 벚꽃이 피었단다. 12월 한낮 기온이 영상 15도, 한동안 계절을 잃은 채 살았다. 유리창에 하얗게 김이 서린 카페로 피신해 따뜻한 머그잔을 꼭 쥐고 온기를 만끽하고 싶은데. 펑펑 내리는 눈, 뜨끈뜨끈한 호빵, 복슬복슬한 산타의 흰 수염처럼 겨울에만 즐길 수 있는 흰 것이 그리워졌다. 다행히 내 양말 서랍에는 흰색 양말이 잔뜩 있다. 그중 가장 겨울을 닮은 건, 호빵처럼 말랑하고 눈처럼 포근한 히그의 크림색 루즈 앵클 삭스. 이 양말을 신으면 날씨가 그 어떤 변덕을 부려도 겨울임을 실감할 수 있으리라. 날씨 앱을 켰다. …최강 한파가 한반도를 덮친다고? 아이고, 덕장의 명태마냥 꽁꽁 얼겠네. 툴툴거렸지만 실은 살짝 설렜다. 겨울다운 날씨에 꼭 어울리는 흰 양말을 신고 따뜻한 커피를 마시러 갈 생각에.
  • EDIT BY 구달
  • HIIG HIIG993 [EXCLUSIVE] Loose Ankle : Cream 12,400원

  • 투박하고 포근한 겨울의 멋
  • 도시의 칼바람 사이로 덜덜 떨면서 걷다가 발견한 낡고 오래된 바. 친구가 가족과 함께 꾸려 나가는 눈 덮인 해안가의 통나무집. 벽난로가 있는 유럽 소도시의 에어비앤비에서 호스트와 나누는 소박한 만찬. 온기 가득한 장면을 떠올리게 만드는 이 계절만 되면 과몰입이 특기인 나는 기분 좋은 상상에 빠져든다.
    내가 생각하는 겨울의 멋은 세련된 것과는 거리가 멀다. 격식을 차리거나 화려한 느낌도 아니다. 그 자리를 대신하는 건 포근하고 투박하고 편안한 이미지들. 말하자면 슈트 차림으로 샴페인을 들고 돌아다니는 사교 파티가 아닌, 좋아하는 스웨터를 입고 재즈 캐럴이 흘러나오는 단골 카페에서 멍때리는 연말 같은 것.
    그때 나는 어떤 양말을 신고 있을까? 포멀하고 드레시한 젠틀맨의 양말은 아닐 것이다. 요란한 무늬와 색깔로 차분한 분위기에 잡음을 내는 양말은 더더욱 아닐 테지. 그렇게 눈에 들어온 제품이 ‘헤비 듀티 로우 게이지 삭스’다. 덜 우아하고 덜 섹시하면 어때. 두툼하고 투박하고, 그래서 더 자연스러운 이 양말은 나와 몇 해의 겨울을 함께하게 될 것이다. 한 해 한 해 멋스럽게 낡아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재미는 또 어떻겠어. 낭만과는 거리가 먼 현실이라도 괜찮다. 이불 뒤집어쓰고 귤만 까먹어도 행복한 계절이 겨울이니까.
  • EDIT BY 김정현
  • SOCKSTAZ FASHION STW208 Heavy Duty Low Gauge Socks 13,000원

  • 재인 핑크
  • 재인 핑크. 대표님과 디자이너님이 붙여준 이름이다. 청담 매장에서 대표님과 양말 구경을 하다가 영국 브랜드 코르기의 정장 양말을 만지작거렸다. 실키한 소재에 얇은 골이 들어간 마젠타 색상의 양말. 이런 색이 여성용으로도 있었으면 좋겠어요! 지나가는 말로 던졌는데 더 예쁘게 만들어 주셨다.
    어두운 옷을 많이 입는 겨울에 발등을 덮는 코르덴 바지와 검은색 로퍼 사이로 이 양말을 숨겨 신고, 손님들한테 짜-잔 보여주면서 몇 켤레를 사심 담아 팔았는지 모르겠다. 포인트 컬러가 주는 기분 좋음이 이 양말을 선택하는 첫 번째 이유. 얇고 부들거리면서 발을 조이지 않는 착용감이 이 양말을 찾게 되는 두 번째 이유. 메리노 울 소재로 얇은 양말 중에서도 보드랍고 따뜻한 편인데, 특별한 아크릴 소재가 들어가서 마구 빨아도, 건조기에 돌려도! 보풀이 잘 나지 않는다. 오페라 색상을 특별히 추천하지만, 사실 전 색상 모두 겨울 양말장의 필수템.
  • EDIT BY 재인
  • SOCKSTAZ FASHION STW125 Fine Merino Wool Rib Crew 13,000원

  • 한끗 다른 체크, 아가일
  • 겨울이 되면 떠오르는 여러 체크무늬가 있다. 니트나 카디건, 목도리 등을 채우는 따뜻하고 화려한 패턴들. 그중에서도 아가일은 단연 내 취향인데, 밋밋한 인상을 보완하기 위해 옷이든 액세서리든 기왕이면 한끗 다른 패턴과 색감을 옷장에 들이려는 자의 마음을 얻기에 부족함이 없기 때문이다.
    꼭짓점으로 서 있는 우아한 네모들이 연속적으로 배치되고, 대조적인 색상의 줄무늬가 그 위를 유유히 지나간다. 아가일은 촘촘하기만 한 체커보드보다 자유롭고, 타탄체크보다는 뾰족한 구석이 있어 새침하게 보인다. '얌전'과는 거리가 먼 것. 그 매력이 얼마나 괄목할 만했으면 '아가일 삭스'라는 이름을 딴 식물도 있을까?
    검정이나 그레이 같은 무채색으로 배색한다 해도 아가일은 아가일. 그런데 검정과 핑크의 조합이라면? 그런 양말이라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올블랙으로 입고, 발목은 살짝 드러내 양말을 주인공으로 만들어 줘야지.
  • EDIT BY 김해서
  • ARTIST X SOCKSTAZ JJE003 PAINTING ARGYLE: Black 15,000원

  • 걱정말아요. 내가 지켜줄께요.
  • 양말은 생각보다 섬세한 편직기술의 집약체라 기계세탁하면 줄거나 해지기가 쉽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브랜드 양말 사이트에서는 [조물조물 손빨래해서 그늘에서 말려주세요]라는 문구를 볼 수 있지요. 물론 13년차 양말장수로서 그말에 동의하지만 정작 양말가게 사장 부부는 세탁기를 세차게 돌립니다. (물론 캐시미어는 예외)
    돌리고 줄어들고 세탁기 속에서 성수동 꽈배기가 되어 나오는 양말더미(?)들을 볼 때면 일종의 죄책감 내지는 양말에 대한 미안함이 들곤 합니다. 그래서 올해는 세탁망을 만들었습니다. 양말회사가 세탁망을 어떻게 만들었냐고요? 저희 친구 패브릭 맛집 키티버니포니가 있습니다. KBP X SOCKSTAZ 양말 세탁망으로 양말을 지켜주시기를…! (속옷도 가능)
  • EDIT BY 양말사장
  • SOCKSTAZ SOCKSTAZ X KBP: Laundry Bag 7,000원

  • 머플러를 풀어 헤칠 때 마다
  • 좋아하는 코미디언 문상훈이 말했다. 목도리는 ‘같이 있어서 좋은 것’보다 ‘없으니까 허전한 것’의 가치를 알려주는 물건이라고. 두꺼운 구스다운 패딩은 입자마자 따뜻해진다. 목도리는 그렇지 않다. 목에 칭칭 감고 있던 걸 풀었을 때, 그때 비로소 우리는 추위를 체감한다. 정말 소중한 무언가는 아주 느리게 깨닫기도 하는 법. 어쩌면 목도리를 선물한다는 건 나의 부재를 천천히 감각하고 기억해달라는 다정한 요청일지도 모른다.
    길고 풍성한 모아몽의 머플러. 코트 깃 위로 두 번 세 번 감아 빈틈없이 바람을 차단해 본다. 부드러운 색감이 조합된 체크 패턴은 한파나 어둠보다는 크리스마스 트리와 벽난로, 마시멜로우 넣은 코코아처럼 따뜻한 겨울을 닮았다. 그 풍경을 함께 누리고 싶은 사람에게 이 머플러를 선물해 볼까? 은은하게 퍼지는 코튼 향 패브릭 퍼퓸을 뿌려서 전해줘야지. 그렇게 스며든 나에 관한 기억은, 집에 돌아와 감았던 머플러를 풀어 헤칠 때마다 떠오를 것이다.
  • EDIT BY 김정현
  • MOISMONT MOM058 Echarpe N°700 Navy Blue 180,000원

  • 빨간색의 계절
  • 빨간색은 나를 포함한 블랙성애자인 한국남자들이 선택하기는 어려운 컬러지만 12월 25일이 다가올때면 빨간양말이 극적으로 많이 판매되곤 한다. 특히나 이 레드에 굵은 블랙 체크는 러버잭 체크로도 불리는 체크인데, 러버잭이라는 것은 즉 나무꾼의 무늬다.
    라세리슈르갸토에서 한정판으로 내놓은 이 가방은 흔히들 힙색이라고 부르곤 하는데, 실제 영어 이름도 BUM BAG으로 힙색과 동의어다. 대각선으로 착용시 양팔의 자유도가 상당히 높아서 여행용으로도 좋고, 숄더 착용이 불가능한 위켄드 백을 불편해 하는 사람들에게 딱 좋다.
    그러고보니 빨간 가방은 산타옹의 퍼스널 컬러 백이기도 하다. 어른이 되니 울지않아도 선물을 안줘서 섭섭하지만 대신 아이 머리맡에 놓을 선물을 준비하면서 나는 산타에게 선물을 받는 대신 공감을 느낀다.
  • EDIT BY 양말사장
  • LA CERISE SUR LE GATEAU LCG164 Bum Bag: Vichy Marsala 85,000원

  • 발매트를 닮은 양말
  • 서늘한 계절이다. 아침에 일어나 발을 내딛는 순간 온몸을 타고 흐르는 냉기에 번번이 몸이 움츠려드는 계절. 침대 옆에 매트를 깔았다. 110x50cm, 그리 크진 않지만 냉기를 막기에는 충분했다. 눈을 뜨면 발을 매트에 내려놓고 잠시 앉아 발바닥으로 스미는 따뜻한 감촉을 느낀다. 작은 매트 한 장 덕분에 하루의 시작이 포근해졌다.
    Terry Smooth Socks의 도톰한 질감, 보송한 감촉은 매트를 닮았다. 결이 느껴지는 겉면과 매끄러운 안쪽 면이 대조를 이루는 모양새도 비슷하다. 그래서일까. 유난히 이불 밖으로 나서고 싶지 않은 날에 생각나는 양말이다. 발을 감싸는 부드러운 감촉이 마음을 말랑말랑하게 만들어 준다. 귀여운 색감이 기운을 북돋고, 탄탄한 착용감으로 발을 단단히 지지해 준다. 어느새 걸음에 탄력이 붙는다. 양말 한 켤레 덕분에 하루가 기대로 채워지는 경험을 한다.
  • EDIT BY 9DAL
  • SOCKSTAZ SPORTS STP022 Terry Smooth Socks 8,000원

  • 부드럽고 몽환적인, 우아한 라벤더
  • 라벤더(Lavender). 요즘 들어 라벤더 컬러의 양말들이 눈에 띈다. 연보라보다 조금 더 푸른 기를 품은 몽환적인 색. 바이올렛(violet)보다 부드럽고 퍼플(purple)보다 우아한 색. 색의 이미지란 각자가 가진 감각이 다르지만, 내게 잘 어울리는 색이라고 느낀다. 선물 받는 꽃다발에 연한 라벤더 컬러의 스토크가 자주 등장하는 걸 보면 크게 틀린 생각은 아닌듯하다.
    두툼한 실로 짜인 히그의 멀티 라벤더(multi-lavender) 양말을 보자마자 감탄했다. 이거다! 올가을의 문을 열 양말. 지난 시즌 라벤더 레이스(Lavneder lace)가 나왔을 때도 반가운 마음으로 골라들었는데, 한층 더 겨울의 분위기를 품은 양말이다. 같은 디자인으로 나온 멀티 브라운(multi-brown)은 또 얼마나 고급스러운지. 정반대의 매력을 가진 두 양말 중 하나를 고르기 어려워 결국 모두 장바구니에 담는다.
  • EDIT BY 재인
  • HIIG HIIG232 multi-lavender 13,2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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