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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AL

  • 룬아의 인터뷰
    • 매일 좋든 싫든 양말을 고른다 : 아이헤이트먼데이 홍정미
    • EDIT BY 룬아 | 2023. 3. 29| VIEW : 604

    월화수목금토일 좋든 싫든 양말을 고른다 : 아이헤이트먼데이 홍정미 대표 ‘양말' 하면 ‘월요일’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바로 월요일을 즐겁게 만들기 위해 태어난 브랜드 ‘아이헤이트먼데이' 덕분인데요, 직장인 시절에 월요일이 얼마나 싫었으면 그 뜻을 담은 이름의 브랜드까지 만들었는지, 역시 좋음과 싫음은 양면의 동전 같은 원동력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디자인 양말이라는 개념이 생소했던 12년 전, 그 자체로도 모자라 양말 자판기라는 참신한 시도를 하면서 이슈가 되었던 아이헤이트먼데이. 승승장구하는 듯했으나 일본 진출을 앞두고 코로나를 맞이하며 거의 모든 직원이 퇴사하는 등 큰 위기에 직면해요. 하지만 브랜드 운영이란 퇴사처럼 간단하게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일이 아니죠. 이번이 진짜 마지막이라는 결의로 리브랜딩과 쇼룸 오픈, 내수 중심의 운영을 이끌어온 결과 작년부터 해외의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는 아이헤이트먼데이입니다. 위기는 곧 기회라는 사실을 몸소 실천하며 많은 이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어요.

    그럼 이제는 월요일이 좋아졌을까요? 이 일이 너무 즐겁다는 홍정미 대표도 여전히 월요일 출근은 싫다고 합니다. 좋아하는 일이 곧 편한 일은 아니니까요. 하지만 아이헤이트먼데이를 통해 자기 자신과 인생을 통째로 사랑하게 된 그를 만나보았습니다.

    아이헤이트먼데이 홍정미 대표



    작년 겨울에 정말 바빴죠? 양말 브랜드에게 겨울이란 무엇일까요?
    마치 한여름의 양양과도 같죠. 너무 바빴어서 기억상실증에 걸린 것처럼 잘 떠오르지 않는데, FW 양말을 출시하고 한솔제지 인스퍼와 함께 팝업도 진행했고, 서울역에서의 크리스마스 마켓도 있었네요. 특정 이슈의 여부와 상관없이 양말 브랜드에게는 연중 가장 바쁜 시기예요. 발에 신을 것이 다양해지는 계절이니까요. 주문 건이 월등히 많기 때문에 좋은 물건이 무탈하게 고객에게 도착하는 게 이슈라면 이슈입니다. 폭풍 같았던 기간을 잘 마무리하고 한숨 돌리는 중이에요.

    한차례 폭풍이 지나가면 몸은 편하지만 무기력한 마음도 같이 오기 마련인데요, 상대적으로 한가해지는 시기에 마인드 컨트롤이 필요하지 않나요?
    돈을 벌어야 하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활동이 잠잠해지면 에너지가 가라앉는 경향이 없지 않아요. 브랜드를 시작하고 첫 몇 년 간은 괴로웠지만, 10년이 넘어가면서 운영 패턴을 파악하고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이게 되었어요. 불안을 끌어안고 있으면 움직일 수 없어요.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야말로 다가올 성수기를 준비하고 장기적 계획을 세울 수 있는 도약의 틈이죠.

    멈춤이 있어야 새로운 출발도 있으니까요. 이럴 때 도전해보고 싶은 아이디어도 많이 나올 것 같아요.
    맞아요. 조이고 풀어주는 흐름이 있어야 계속 창의적으로 나아갈 수 있어요. 여전히 하고 싶은 건 많고,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는 중입니다. SS 양말은 이미 생산 중이고요.



    그런데 이번 겨울에 유독 스타킹이 눈에 많이 들어오더라고요. 트렌드였나요?
    스타킹은 원래 인기가 많아요. 다른 점이 있다면, 작년에는 기존의 스탠더드한 디자인에 레이스 아이템을 더했는데 다행히 좋아해 주셨어요. 인플루언서나 연예인들이 많이 신기도 했고요.

    그간 단색 타이즈는 쉽게 구할 수 있었는데 레이스 스타킹은 오랜만에 본 느낌이었어요. 레이스에 도전한 이유가 있다면요?
    제가 신고 싶었어요. 아이헤이트먼데이의 제품은 모두 직접 신고 싶어서 만든 것들이에요. 무척 주관적으로 들리겠지만, 욕구가 생겼다는 건 어디선가 영향을 받았다는 뜻이에요. 세실리아 반센 같이 사랑스러운 브랜드들이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고, 발레코어도 한 차례 이슈가 되었었죠. 원래도 예쁘고 밝은 것들을 좋아하는데 그런 인풋을 지속적으로 받으니 레이스 스타킹이 신고 싶더라고요.

    아무 영향 없이 무에서 어떤 욕구가 피어나는 일은 거의 없는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하고 싶다'라는 마음, 즉 직관은 신빙성 있는 근거가 되네요. 그런 면에서 제조업은 큰 장점을 가져요. 이거다 싶으면 바로 만들어볼 수 있는.
    맞아요. 우리의 장점이자 불안이고 돈이자 삶이죠.

    아이헤이트먼데이의 까만색 면 타이즈를 하나 사 입었는데요, 출시된 지 얼마 안 된 상품이었는데 살 때 보니까 이미 뭔가 보완된 업그레이드 버전이었어요.
    기존 핏을 기준으로 만들었더니 제가 입기에는 밑위가 짧더라고요. 그래서 바로 재작업에 들어갔어요. 첫 버전은 외부 플랫폼에서 사입을 많이 해주셔서 재고 부담이 적기도 했고요. 결국 스탠다드 핏과 밑위가 긴 핏으로 나눠서 판매했어요.

    그 액션이 조금 신기했어요. 어쨌든 하나의 제품인데 사양이 바뀐 거잖아요. 이전에 구매한 고객들이 불만을 가질 리스크가 있는데 그런 걱정은 없었나요?
    첫 버전이 워낙 보편적인 사이즈라 고민 없이 진행했어요. 솔직하게 말하면 시행착오죠. 아직 그런 피드백을 주신 고객은 없었지만 불만을 가질 수도, 제품 자체가 불편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체형이라는 건 제각각이라 정답이 없어요. 키가 작은 직원의 경우 첫 버전이 더 좋다고 해요.

    상황을 컨트롤하는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고 생각했어요. 모든 건 대표의 판단력에 따른 것이잖아요. 그런데 허리춤에 로고를 넣으셨더라고요. 보이지도 않는 곳에 공임을 들인 이유가 있나요?
    그 디테일이야말로 트렌드예요. 레깅스나 타이즈를 높게 올려 입고, 살짝 보이게 바지를 걸쳐요. 한 시대를 풍미했던 캘빈클라인 언더웨어 아시죠? 로고가 보이는 게 예쁘다고 여겼었죠. 그런 뉘앙스가 다시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살짝 드러나도 예쁘도록 로고 자수를 넣었어요.



    유행은 정말 돌고 도는군요. 스타킹이 양말보다 더 어려울 것 같아요. 일단 부피부터 차이가 나고요.
    아뇨, 양말만큼 어려운 건 없어요. 주력으로 하는 게 양말이라 그런지는 몰라도, 여전히 상상했던 것들이 실현되지 않는 경우도 너무 많고, 아무리 해도 더 쉬워지지 않아요. 타이즈는 아직 그만큼 파고들지 않아서 상대적으로 단순하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여하튼 12년째 만들고 있지만 점점 더 어려워지는 건 양말이에요.

    어떤 부분이 매번 어렵나요?
    아이헤이트먼데이만의 한 끗 차별성. 더 싸거나 유명한 양말이 아닌 우리를 선택해야 하는 이유를 계속 찾고 전해야 해요. 중요한 건 상품 그 자체인데, 아이헤이트먼데이여야만 하는 이유를 염두에 두고 디자인하다 보면 디테일 하나하나가 선택의 연속이에요. 어디에 자수를 넣을지, 어디에 선을 넣을지, 어디에 컬러를 넣을지, 정답도 없고 끝도 없죠. 제가 좋다고 판단한 디테일 하나 때문에 구매를 망설이는 사람도 있거든요. 그렇다고 누구나 쉽게 살만한 것만 만든다면 이 브랜드는 실패할 거예요.

    아이헤이트먼데이만의 차별성이라. 그래픽적인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긴 해요.
    슬프게도 그래픽 양말의 선호도가 줄어들고 있는 추세예요. 저 또한 점점 미니멀한 양말을 선호하고 있고요. 하지만 단색 립 양말을 만드는 곳은 많고 또다시 아이헤이트먼데이만의 단색 양말은 무엇인가, 하는 질문으로 돌아와요. 여전히 제일 많이 찾아주시는 건 자카드 양말이에요. 시그니처거든요.

    브랜드를 인식하는 데에는 시그니처가 중요한 역할을 하죠. ‘아이헤이트먼데이 = 무엇'이 떠오르게 하는 요소 말이에요. 그런 아이템이 있나요?
    요일에 대한 스토리가 있는 브랜드이니, 요일마다 다르게 디자인해 보자는 취지로 ‘세븐 데이즈' 양말을 만들었어요. 매일 그날의 요일을 골라 신는 거예요. 인기 있는 요일은 품절인데 여전히 재고로 남아있는 요일도 있어요. 요일의 문제는 아니고 (웃음), 디자인이 별로였던 거죠. 그래서 그다음 버전은 컬러만 다르게 구성하고, 요일을 심플하게 자수로 넣었어요. 디자인의 편차가 크지 않아서인지 고르게 잘 나가요. 두 번째 버전은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고, 올해 새로운 ‘세븐 데이즈'가 출시될 예정이에요.

    정말 아이헤이트먼데이만 할 수 있는 이야기와 디자인이에요. 반대로 하고 싶었는데 못 했던 아이템은 없나요?
    없어요, 단 한 번도. 하고 싶은 건 일단 해야 직성이 풀려요. 자기 확신이 강한 편이라 스스로 좋다고 생각하면 의심하지 않아요. 직원들도 그런 저를 잘 알아서, 저의 제안을 거스른 적이 없어요.

    아이헤이트먼데이는 곧 홍정미군요. 얼마 전에 인스타그램에 올리신 글을 보고 정미님답다고 생각했어요. 너무 안 팔려서 수년째 창고에 쌓여있다며 비비드한 초록 양말 한 켤레를 들고 서계신 사진이었죠. 안 팔릴 걸 알면서도 여전히 밝고 컬러풀한 양말을 만들고 있다는 말을 덧붙여서요. 그것이야말로 아이헤이트먼데이의 에너지라고 생각했어요.
    반전은 없습니다. 올해도 컬러감 강한 양말들이 많이 나올 예정이에요. 빨강, 초록, 파랑, 다채롭죠. 철저하게 직접 신고 싶은 것만 만든다고 말씀드렸죠. 전 알록달록한 게 좋아요.

    밝은 에너지 때문인지 실제로 밝은 컬러가 잘 어울려요. 팔리는 것만 만들지 않는다라. 말로 하기엔 쉽지만 브랜드를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절대 아닐 거예요. 특히 생산과 재고 부담이 있는 제조업에 있어서는 더욱이요.
    마음을 조금 비우면 가능해요. 그리고 재고가 어느 정도 있어야 브랜드를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어요. 마켓에서 세일가에 판매하고 기부도 하려면 넉넉히 만들어야 하죠. 보통 한 시즌에 40가지 디자인을 만드는데, 반 정도는 재고로 남아요. 이제 그 정도는 마진 없이 팔아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시작해요. 너무 타이트하게 운영하면 고객을 만날 수 있는 루트가 좁아져요. 더불어 제 마음도 좁아지고요. 여기저기 편하게 나누고 소개할 수 없으니까요. 마음의 여유부터 갖는 게 중요해요.

    그리고 양적으로 풍부해야 시즌의 무드도 충분히 보여줄 수 있겠죠.
    맞아요. 잘 팔리는 상품 10개만 하겠다면, 어쩌면 브랜드라는 개념과는 거리가 있을 수도 있어요.

    어쨌든 되게 넓은 마음이에요.
    12년 차니까요. 재고도 예쁘게 봐줄 수 있는 만큼의 시간이 흘렀어요. 물론 쌓여있는 박스를 보면 발로 뻥 차버리고 싶을 때도 있어요 (웃음). 그렇다 한들 어쩌겠어요, 다 내 자식인 것을.



    시즌마다 평균 40가지가 출시된다고 하셨는데, 디자인당 최소 제작 수량은 어떻게 되나요?
    1000 장이요.

    그 총량의 반을 판다는 게 더 신기한데요.
    무조건 팔아야죠. 그 정도도 못 팔면 유지가 안 돼요. 아이헤이트먼데이는 제품 종류가 많은 편이에요. SM 전략 아시죠? ‘이 중에 네가 좋아하는 거 하나는 있겠지.’ 매일이 전투예요. 미친 듯이 SNS를 하고 미친 듯이 화보를 찍고 미친 듯이 마켓에 나가고 매일 거울 셀카를 찍어요.

    화보를 매 달 찍는다고 해서 놀란 적이 있었어요. 한 달 치 SNS 피드 계획을 미리 짜놓기도 한다고요. 전투라는 단어가 틀리지 않아요. 그런데 그런 노력에서 열정이 느껴져요. 양말 자체가 좋아서 사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아이헤이트먼데이가, 그리고 홍정미가 좋아서 돌아오는 고객들이 많을 것 같아요.
    사실 후자가 대부분이에요. 양말 자체로 승부해야 한다고 생각할 때도 있었는데, 이제는 인정하기로 했어요. 우리 브랜드가 사랑받는 이유에 대해서. 물론 최고의 양말을 만들기 위한 노력에는 한계가 없지만!

    작년에 달리기를 시작하면서 성취감을 쌓는 모습, 악성 재고에 대해서도 예쁘게 생각하는 태도 등 정미님만의 밝은 모습에서 힘을 얻고 닮고 싶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겠어요.
    그런 효과를 의도한 건 아니에요. 절대 그런 건 아닌데, 관심받는 건 좋아해요. 주변에 훌륭한 친구들이 많고, 저도 좋은 영향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 열심히 살면서 마음을 공유하는 것 같아요. 일상의 소소한 구석들은 삶 전체를 아우르는 철학과 연결되어 있어요. 라이프스타일은 곧 가치관을 드러내는 표면이죠. 그래서 더욱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누고 공감대를 찾아요. 그게 아이헤이트먼데이의 정신과도 함께 하기 때문이에요.

    브랜드를 운영한다는 것은 매일 새로운 어려움과 마주하는 일이에요. 아무리 많이 내려놨다고 해도 힘든 순간들이 있을 텐데, 그래서 달리기를 시작한 건가요?
    힘들 때는 친구들을 만나거나 남편과 놀고, 산에 올라 소리를 지르기도 했어요. 달리기는 사실 다이어트하려고 시작했는데 그게 삶을 바꿀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어요. 몸무게도 많이 빠졌지만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게 피부로 느껴지더라고요. 몸이 건강하니 마음도 건강해져요. 저녁에 뛰어야 하니 술약속이 줄고, 덕분에 컨디션이 좋고, 돈이 절약되니까 업무적으로 예민해지지 않는 거예요. 달리기를 하면서 직원들에게 화를 안 내기 시작했어요. 저의 루틴을 지켜봐 준 분들이 멋지다고 말해주니 자존감도 높아지고요.

    새벽 수영까지 시작하셨던데, 활동 범위가 늘어나면 관련 아이템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요?
    전혀요. 그 ‘새로운 무엇 하나'가 얼마나 힘든지 알거든요. 남의 분야를 쉽게 넘보면 안 돼요. 콜라보라면 모르겠지만 절대 탐내지 않아요. 내가 잘하는 게 뭔지 알고 그것에 집중하는 게 브랜드 성장에도, 저의 정신에도 좋아요.

    야망가인 듯하면서도 굉장히 현실적인 면이 있어요. 메타인지가 높달까요.
    맞아요. 사업을 해서 더 빠르게 인지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사회생활을 일찍 시작해서 벌써 17년 차가 됐어요. 성인이 된 뒤로는 줄곧 일하는 사람들 사이에 있었죠. 직접 일을 해봐야 자신의 깜냥을 알고 잘 맞는 분야도 찾을 수 있어요.



    그런 면에서 또 놀랐던 점은, 컬렉션을 낼 때마다 망할 수 있다는 각오를 다진다는 거였어요. 노력한 것에 대해 기대치를 버리는 건 어려운 일이잖아요.
    수시로 돌아오는 시즌에 대해 일희일비하지 않을 만큼 성장한 것 같아요. 그리고 컬렉션 하나가 성공적이었다고 해서 브랜드가 갑자기 다른 대열에 들어서거나 큰돈을 버는 것도 아니에요. 양말은 양말일 뿐이죠. 더 잘 되겠다고 업계 동료들과 자리다툼을 하고 싶지도 않아요. 그들과의 관계는 자본주의적 보상보다 훨씬 더 큰 가치를 지니니까요. 마음을 내려놓는 연습을 많이 했어요. 그리고 확실히 편해졌죠.

    저는 아직 못 내려놨어요. 그래서 정미님 같이 진심으로 가벼워진 사람들이 대단하게 보여요. 애정이 큰 만큼 기대하지 않기는 참 어렵거든요.
    최근에 공동 저자로 [서울의 워커홀릭들] 이라는 책을 냈는데요, 거기에 월 3억을 벌고 싶다고 썼어요. 약간은 웃자고 썼고, 그렇다고 거짓말은 아니지만 실은 100만 원만 있어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이에요. 몇 년 전부터 기부와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데, 제가 얼마나 많은 걸 누리고 사는지 새삼 깨달았어요. 저의 일이 있고 직원들이 있기에 열심히 하지만, 무조건 성공해야 된다는 강박적인 마음은 사라졌어요. 그냥 재미있게 일할 수 있는 회사였으면 좋겠어요. 아이헤이트먼데이라는 브랜드가 좋아서 양말을 사는 곳이 되려면 저부터 즐거워야 해요. 이제 직원들도 야근하지 않아요. 당장 양말 몇 켤레를 더 파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거든요.

    브랜드를 운영하면서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군요.
    인간이 됐죠. 아이헤이트먼데이가 아니었으면 이렇게까지 성숙하진 못했을 것 같아요. 저의 일을 하면서 인생을 배웠어요.

    그래도 역시 돈 버는 건 쉽지 않아요. 특히 나의 일을 하면서 지속적인 수익 창출을 하는 건 대단한 일이죠. 아직 시작하지 않은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부분이기도 하고요.
    피나는 노력이 필요해요. 그런 면에서 삭스타즈도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삭스타즈에 입점된 브랜드들도 마찬가지고요. 내수 시장의 한계가 명확하잖아요.

    정말이지 훌륭한 브랜드가 많아졌어요. 일을 잘하다는 것의 개념이 궁금한데요. 열심히 하는 것이 곧 잘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샘플은 얼마나 보시나요?
    저는 확실하게 커뮤니케이션하는 걸 선호해요. ‘확인해 볼게요'라고 하기엔 많은 경험을 쌓았죠. 클라이언트에게 안 되는 건 안 된다고 말씀드리고, 샘플도 가능한 한 두 번 이상은 안 봐요. 공장이 힘들지 않도록 상황을 이끌어가는 게 저의 몫이에요. 협력사가 저와 일하는 게 괴로워지면, 저는 서서히 인프라를 잃을 거예요.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는 지속가능성이 치명적이죠.

    그래서 더욱 대중적인 브랜드가 될 수 있나 봐요. 같은 양말이라도 더 뾰족하고 아티스틱한 브랜드들이 있잖아요.
    ‘멋짐'이라는 잣대를 기준으로 보면 고집 있고 강단 있는 사람이 한 수 위예요. 하지만 저는 좀 더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관계에 중점을 두는 편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아이헤이트먼데이가 합리적인 가격에 좋은 제품을 제공할 수 있는 거고요. 누군가는 타협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그게 제가 오래가는 비법이에요.

    그래서 모두 국내 생산이군요. 직접 컨트롤이 가능한.
    맞아요. 브랜드 오너라고 해서 멋들어진 일상을 보내는 게 아니에요. 오히려 화장실 청소도 더 많이 해야 하고 한밤 중이어도 공장에 뛰어가야 하죠. 20년 차가 되어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거예요.

    회사를 시스템화하고 점점 자신의 비중을 줄이고 싶어 하는 오너도 많아요. 일종의 은퇴 의식이랄까요.
    저는 이렇게 일하는 게 재미있어요. 그리고 아무리 시스템이 구축되어도 대표가 직접 현장에 있는 건 다르다고 생각해요.



    좀 전에 어떤 손님이 오셔서 양말 한 켤레를 콕 집어서 사가시는 모습이 인상 깊었어요. 마치 동네 슈퍼에 와서 좋아하는 간식을 고르는 느낌이었달까요. 온라인으로도 충분히 살 수 있지만, 역시 오프라인이 필요하죠? 이제는 대상이 국내에 국한되지 않기에 더욱 중요해졌어요. 외국인 관광객이 많아졌고, 특히 아이헤이트먼데이가 일본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덕에 일본분들이 많이 와요. 쇼룸을 보시면 느껴지겠지만 양말이 정말 많아요. 절대 빈 손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죠. 방금 사가신 양말은 수년째 협업 중인 마르디 메크르디의 양말인데, 뒤에 ‘I Hate Lundi’라고 큼지막하게 쓰여있어요. 콜라보 프로젝트를 통해서 저희를 알게 된 고객들도 많을 거예요.

    콜라보를 많이 하시는데, 최근에 진행하고 있는 성심당 프로젝트가 흥미로워요. 빵집에서 왜 양말을 파는 걸까요? 성심당 대표님이 양말을 무척 좋아하세요. 그리고 성심당이 빵 이상으로 역사적인 브랜드로 자리 잡았기 때문에, 고객들이 굿즈도 찾으시거든요. 성심당 문화원이라는 곳이 있는데 성심당 책부터 재생 기름으로 만든 튀김 소보로 모양 비누, 캐릭터 성심이를 활용한 굿즈들이 판매되고 있어요.

    양말에 성심이가 들어가나요? 물론이죠. 귀여워요.

    혹시 빵색이에요?
    아뇨 (웃음). 누구나 사고 싶고, 쉽게 살 수 있는 느낌으로 나올 예정입니다. 취지도 중요하지만 결국은 판매예요. 그리고 잘 팔려야 협업도 계속 이어갈 수 있죠.

    프로젝트 성격에 따라 디자인도 달라질 것 같아요. 어떨 때는 보수적으로, 어떨 때는 과감하게. 차이가 있나요?
    판매가 아닌 기프트일 경우에는 브랜드 컬러를 듬뿍 담아요. 누가 봐도 브랜드의 아이덴티티가 물씬 느껴지도록. 판매되는 상품이라면 구매까지 이어지는 가격대와 디자인 선택이 불가피해요.

    작년에 삭스타즈에 입점하셨죠. 둘 다 국내 플랫폼인데 잘 판매되는 아이템이 다른가요?
    삭스타즈의 경우 사입이기 때문에 판매 추이를 자세하게 알지는 못해요. 삭스타즈 고객 취향에 맞는 셀렉팅을 하셨고, 다행히 잘 팔린다고 하더라고요. 입점한 지 얼마 안 돼서 재입고 신청이 들어오곤 했어요.

    아이헤이트먼데이는 꽤 많은 유통 플랫폼에 입점되어 있어요. 요즘 반대로 채널을 줄이는 브랜드도 많은데요, 모두 시스템이 달라서 배송 업무가 번거롭기도 하고, 할인 및 쿠폰 행사가 많아서 난감하다는 의견도 있었어요. 한편 아이헤이트먼데이가 입점에 너그러운 이유가 있나요?
    이유랄 것도 없어요. 돈 벌어야죠. 특히 양말 같이 작은 아이템은 입점을 많이 할수록 많이 팔립니다. 옷 쇼핑하면서 한두 개씩 장바구니에 담거든요. 플랫폼마다 어울리는 협업을 하는 것도 재미있어요. W컨셉과 함께 스타킹을 출시하거나 29cm 버전의 자카드 양말을 만들기도 했죠. 기회는 그렇게 하나씩 찾아오는 거예요. 마르디 메크르디처럼 큰 브랜드들은 플랫폼을 엄선해서 큰 규모의 프로모션을 하는 게 이득일 수 있지만 아이헤이트먼데이는 객단가가 낮고 아이템이 한정적이어서 많이 노출시켜야 해요. 특별한 전략이 있는 게 아니라면 리소스를 아끼려고 하기보다 열심히 해야 해요.

    작년에는 일본에서도 기회가 꾸준히 들어왔죠. 예전에 해외 진출을 시도했던 적이 있었잖아요.
    오래전부터 일본에 관심이 많았고 팝업 계획도 다 세웠었는데 코로나가 터지면서 모든 길이 막혔어요. 그때부터 국내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웠고 다행히 잘 풀려서 로프트(1987년에 개업한 일본 생활용품점. 현재 117개의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에서 연락이 왔어요. 이후에 일본 에이전시에서 우리 양말을 빔즈(1976년에 개업한 패션 편집숍으로 일본 전역에 매장이 있으며 신진 디자이너를 발굴하는 것으로 유명)에 입점시킨 거예요. 협업이나 팝업 제안들이 점점 들어오기 시작해서 하나씩 작업하는 중입니다.

    너무 신나고 신기한 경험이겠어요. 일본과 한국 시장이 다르다고 느끼시나요?
    작년에 있던 일들 중 단연 손에 꼽을만한 사건이었죠. 하지만 아직 수치적으로 의미를 부여할 정도의 규모는 아니에요. 일본의 양말 시장은 정말 커요. 국내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브랜드가 많고 퀄리티도 높죠. 그 안에서 아이헤이트먼데이는 햇병아리예요. 하지만 일단은 일본에서 판매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재미있어요. 일본 사람들이 아이헤이트먼데이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일본 매체에 소개가 된다, 관광객들이 후암동 쇼룸을 찾아온다 등, 상징적인 일들이 일어나고 있어요. 일본 시장에 조금 더 적극적으로 들어서고 싶어요. 아니, 유럽이든 미국이든 다 좋아요.

    아무리 생각해도 멋져요. 대한민국의 어떤 카테고리를 대표하고 있는 거잖아요. 그것도 본인을 고스란히 닮은 브랜드로.
    실감은 안 나요. 저는 그냥 제가 너무 좋아요. 내가 예뻐, 내가 귀여워, 아이헤이트먼데이를 하고 있는 내가 너무 좋아. 아이헤이트먼데이를 대표적인 무엇으로 세워주시는 것의 배후에는, 대기업이 양말 업계에 진출하지 않은 덕도 있어요. 양말만으로는 큰돈을 벌 수 없거든요. 매일 똑같이 출근하고 양말을 만드는 일이 삶 자체가 되어서 그런지 무엇을 대표한다는 이미지가 저에게 큰 의미는 없지만, 이 삶이 기쁘고 감사합니다. 즐겁게 할게요.